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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은 그동안 꽃미남 미모에 부드러운 인상의 선한 역할들로 사랑 받아왔다. 그러나 tvN ‘악의 꽃’에서는 역대급 악역이자 빌런 백희성으로 분해 시청자들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전작에서도 악역에 도전한 적은 있었으나, 장발머리나 탈색머리의 낯선 비주얼부터 눈빛까지 180도 바뀐 김지훈 표 백희성은 새로운 인생캐릭터가 되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 역시 김지훈의 변신에 박수를 보냈고, 어느덧 데뷔 19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그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임을 입증해 다음을 더욱 기대케 했다.
다음은 김지훈과의 일문일답.
Q.우선 ‘악의 꽃’을 완주한 종영 소감 부탁드려요!
김지훈 - 먼저 드라마 ‘악의 꽃’을 많이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기한 백희성 역할도 나쁜 짓 참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랑과 관심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봄의 시작에서 여름의 끝까지, 코로나와 싸우며 함께 고생한 스텝 한 분 한 분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께도 이자리를 빌어 고생 많으셨다고 많이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12월에 처음 백희성 역할을 하기로 결정하고 백희성은 어떤 아이일까 고민했던 시간도 길고 힘들었던 시간도 길었지만, 그럼에도 늘 촬영장 가는 일이 가장 기대되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그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스텝들과 동료연기자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촬영 작업 자체도 즐거웠지만, 시청자 여러분께 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서 저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Q. 지난 작품도 강렬했지만 이번에 소화한 인물은 역대급 악역이라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로 강렬한 인물이었죠? 처음에 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때 어떻게 해석했는지 백희성이 되기 위한 노력과 과정도 남달랐을텐데 설명 부탁드려요.
김지훈 - 일단 처음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게 되기까지 유튜브로 코마환자들 영상을 찾아봤는데, 깨어난 지 얼마 안돼서 두발로 걷는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할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갑작스런 회복력이 극에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씬마다 철저히 계산을 했어요. 처음엔 거의 눈동자를 움직이고 성대를 울리는 것조차 버거울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혀의 움직임이 편안해지고, 조금씩 근육의 움직임이 가능해 지는 느낌을. 나중에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너무 뜬금없거나 말도 안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씬마다 회복의 속도를 부여해 주었어요. 초반엔 그 부분이 가장 관건이었고 이후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 해내는 게 두번째 과제였는데 역대급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봤던 거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다 모여서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꽤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어떤 문학성을 지닌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사이코패스의 감정상태와 심리변화를 눈에 보일듯이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장면이 많아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엔젤전설’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전 백희성을 연기하면서 자꾸 이 만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알고보면 속마음은 너무나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인데, 겉모습은 누가봐도 괴물처럼 거의 악마급의 무서운 외모를 지닌 주인공이, 그의 외모만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들과 엮이게 되면서 생기는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주 내용인데 희성이도 다른 건 몰라도, 엄마에게 있어서 만큼은 정말 아끼고 위하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엄마조차 희성이에게 공포를 느끼고 괴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이 상황들이 안타까우면서 희성이가 불쌍하기도 해서 그 만화가 떠오를 때가 많았어요.
백희성 역할을 준비하면서 목소리 톤에 대한 생각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전형적인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섬세하고 유약한듯,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는 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에요. 어리고 유약한듯 광기어린 희성이의 모습을 조금 더 부각시켜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했는데,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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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 원래 메소드 연기를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 돌아보니 이번 작품에서 백희성 역할은 어느정도 메소드적인 접근을 했던 거 같아요.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이 되기 전까지는 기력이 없고 메말라 보여야 하니까 촬영할 때 일부러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신다던지, 원래는 끼니 거르는 거 싫어하거든요. 살인하는 장면에서는, 직접해볼 수는 없으니까, 며칠전부터 그런 종류의 영화를 본다던지 촬영 때는 하루종일 살인에 관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한다던지 그러다 보니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약간 피폐해지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짜릿했던 순간은 촬영하고 나서 촬영감독님이 진심으로 좋은 얘기를 해주실 때 엄청 기분이 좋더라고요. 찍으면서 모니터를 할 수 있을만한 여유는 없으니까 최선을 다하고도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는데, 누구보다 가까이서 제 연기를 담아내신 촬영감독님이 촬영 후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얘기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힘이 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한 번은 정말 진지하게 “이번 씬에서는 뭔가 호아킨 피닉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셨는데 말도 안되는 비교라는 거 알지만 잠깐이라도 너무나 훌륭한 배우와 비교가 되니 가당치도 않은 얘기인 거 알면서도 속으로는 짜릿했어요.
Q. 사이코 패스 연기에 해외 악역들이 생각날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과 마지막 죽음까지도 강렬했는데 본인이 꼽는 명장면과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지훈 - 사람들은 아마 명장면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씬을 꼽는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연기나 연출 뿐 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 편집, 음악적인 부분까지 씬의 느낌을 최고조로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근데 그 장면도 좋지만, 전 개인적으로 도현수를 암매장하려다 엄마한테 들키는 장면을 뽑고 싶어요. 뭔가 짧지만 너무나 강렬했어요. 한 씬에 주어진 짧은 대사와 상황만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백희성이란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아들이 아무렇지 않게 산사람을 파묻는 걸 지켜보는 엄마 미자의 감정에 대해서 아주 함축적이지만 너무나 강렬하고 세련되게 많은 걸 전달해 주는 씬이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아들을 칼로 찌른다는 상황 자체도 강렬하지만 무언가 쎄한 분위기가 너무도 매력적인 장면이에요.
Q. 이준기 배우와의 장면들도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넘쳤죠. 호흡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지훈 - 준기 배우와의 호흡은 같이 연기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죠. 진심으로 연기하는 사람끼리는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거든요. 워낙 성실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넘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순간순간 너무나 즐거웠죠. 몸은 고되도 정신은 행복한 것,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같이 연기하는 동안에는 저도 준기배우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더군다나 자기 연기만 챙기기도 쉽지 않을텐데, 주연배우로서 현장을 이끄는 분위기와 리더쉽을 보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 긴 시간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일텐데 가까이서 작업을 해보니 너무나 납득이 가더라구요. 누구보다 섬세하고 열정적이면서 한번 자기 이름을 걸고 작품을 맡으면 정말 모든걸 다 쏟아 부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친구에요. 원래부터 친분은 있었지만, 함께 작업을 하고 나니, 진심으로 리스펙트 하게 되었습니다.
Q. ‘악의 꽃’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히며 마니아층을 형성했죠. 출연한 배우로서도 뿌듯할거 같은데 인기 요인이 어디 있다고 분석하시나요?
김지훈 - 댓글이나 톡방에서 많이 본 이야기지만 ‘작감배(작가+감독+배우)’의 완벽한 조화가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과 감독님 배우, 더 나아가서 현장에서 영화와 같은 화면을 만들어 주시는 촬영, 조명 감독님 그리고 매 씬과 인물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시는 음악, 편집 감독님, 거기에 미술 분장 소품에 이르기까지, 등등 모든 스텝 분들의 실력이 정말 최고였죠.
배우들끼리 단톡방에서 우린 정말 최고의 팀이 모이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를 자주 주고 받았어요. 최고의 실력을 지닌 배우와 스텝들이 모여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 시너지 효과가 드라마를 통해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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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 오랫동안 제 이미지를 깨 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신인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고 김지훈이라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장보리에서 보리보리 찾던 사람 맞냐…’ 이런 얘기를 할 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죠. 기분 좋은 댓글이나 반응들이 너무 많은데 처음엔 무섭다 섬뜩하다 이런 류의 반응이 너무 좋고 신기했어요.
저 역시도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은 제 얼굴로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줄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거든요.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지저분하긴 하지만 기분은 참 좋더라구요. 제가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자체가 꽤 짜릿했어요. 인상 깊었던 반응으로는 “내마음속 악역 중 역대1위” 이 멘트가 기억에 남더라구요. 누군가에겐 그의 인생에서 제가 가장 강렬한 악역이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진짜 어딘가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거 같아요’ 라는 멘트도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Q. 새로운 김지훈의 얼굴을 발견한 ‘악의 꽃’, 또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지훈 -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진짜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완전 장르물로 찐한 형사나 또다른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남자냄새 물씬나는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고 저는 다 저만의 스타일로 잘해낼 자신 있거든요!
Q.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나 소망, 목표도 궁금합니다.
김지훈 - 일단은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잘 결정해야 하겠죠.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배우로서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세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빅픽처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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