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연인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그들이 품은 푸른 빛깔의 스토리텔링이 울려 퍼진다. 작품이 이어지는 갤러리와 삶을 재연한 집의 조화는 직언하자면 프리다 칼로의 해부실이다. 제아무리 프리다 칼로의 ‘덕후’라 해도 충격을 받는다. 왼쪽보다 높아야 했던 오른쪽 구두, 부서진 척추를 잡아줘야만 했던 코르셋 등의 오브제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그녀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온몸을 전율하게 한다.
양날의 검처럼 그녀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던 디에고는 이곳 파란 집(La Casa Azul)에서만큼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돌아오는 길, 이 배불뚝이 화가(디에고)에 대한 앙심이 더욱 커졌다.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 집 박물관(Museum Het Rembrandthuis)...빛과 어둠의 균형
잘 꾸며진 벽돌집 안, 공간마다 길게 뻗은 창이 있음에도 어둠을 의도적으로 가두고 있다. 작품 속의 빛을 도드라지게 하려는 의도일까. 익히 알려진 ‘야경’ 작품의 분위기에 근접하고자 함일까. 복도를 따라 가면 17세기 ‘빛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를 재발견하게 된다. 색을 입히지 않은 인물 에칭화를 전시해 놓았다. 특정 인물을 눈앞에서 대면하는 듯한 표정과 행동이 선 하나하나에서 꿈틀거린다.
1639년 그의 삶이 꾸려진 이 집은 1911년부터 갤러리로 업그레이드됐다. 렘브란트를 추억하는 동시에 재창조한다. 그 시대의 에칭 기법과 색 만드는 기술 등을 수시로 선보이며 렘브란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집엔 아픔의 역사도 흐른다. 집 대출금을 갚다가 쫄딱 망한 아티스트의 최후가 있었으니까.
베르겐의 트롤하우젠(Troldhaugen)...에드바르 그리그의 삶터이자 무덤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와 아내이자 소프라노 가수인 니나 그리그의 삶과 죽음이 함께한 집.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하늘이란 캔버스에 나무의 잔가지가 제멋대로 그림을 그린다. ‘솔베이지의 노래’와 함께 눈을 감고 몸을 맡긴다. 내부에는 잔 때가 묻은 피아노와 악보의 선율, 레이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이 나무 바닥에 리듬을 그린다.
그리그의 집은 안보다 밖이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는다. 이곳에 터를 잡은 그의 심성과 안목이 음악만큼 돋보인다. 죽어서도 간직하고 싶었던 피오르 해안, 그 해안과 맞닿은 하늘의 고요에 감복하지 않았을까.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 집과 더불어 박물관과 작업실, 그리고 부부의 묘가 함께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의 집(Frankfurter Goethe-Haus)...그의 삶엔 클리셰가 없다
독일의 문학 수준을 단박에 세계적인 경지로 올려놓은 주인공, 괴테. 현대적인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집은 발을 들이는 순간 여행자의 시계바늘을 18~19세기 초로 황급히 돌려놓는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화려한 패턴 벽지가 수놓인 여러 개의 방을 통과한다. 빛바랜 편지와 고서, 으리으리한 앤티크 용품 등을 섭렵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하다.
사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연극과 식물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복했던 집안의 배경을 직접 보고 나니, 문득 상투적 인식에 스멀스멀 의구심이 뒤범벅된다. 예술의 힘은 찢어질 듯 가난한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그의 인생 드라마에 ‘클리셰’는 없었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September 19, 2020 at 08: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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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아티스트 홈즈'...창작 혼 가득, 예술가의 집을 엿보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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