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자 조각가, 설치 아티스트
서울 한남동 바톤갤러리서 개인전
조각 같은 페인팅부터 드로잉 같은 설치
"자유롭고 입체적인 공간 드로잉 돋보여"
한마디로 이 전시엔 평범하거나 뻔해 보이는 작품이 없다. 벽 같기도, 울타리 같기도 한 구조물들이 놓여 있고, 구리를 종이처럼 오리고 이어서 만든 독특한 형태의 조각들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언뜻 보면 무심하게 배치된 듯하지만 사실상 그것은 모두 섬세하게 계산해 연출한 작가의 '설정'이다. "관람객의 발걸음, 시선의 움직임까지 생각했다"는 그는 "전시장 자체를 단순히 작품을 시각적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라 걸으며 '감각하는' 체험적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지니 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자랐다. 대학 전공은 생물학(뉴욕대). 그러나 대학 졸업 뒤 스코히건 조각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뉴욕대에서 회화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자신을 가리켜 "설치든, 조각이든 선(線)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 스탠퍼드 병원의 채플에 작품이 영구설치됐다.
- "공공 공간을 위한 작품을 지속해서 해오며 언젠가는 병원이나 교회 등 힐링 공간을 위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병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병원의 예술위원회는 입구 광장, 3층 로비, 정원, 예배당 등 7개 장소와 작가들을 매치시켰는데, 내 작품의 전체 컨셉트와 구상을 보더니 채플이 좋겠다고 하더라."
- 빛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 "작품을 준비하며 사람들 마음 안의 빛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내면의 빛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정수(essence)라고 믿는다. 우리가 빛이며 에너지이고, 우리 내면의 빛이 만남과 관계를 통해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말이다. 내 작품이 그것을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6.5m 길이의 대형 우드 곡면패널에 작업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 '아우어 사이즈 일루미네이티드'(2020)는 그에게 더욱 특별하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께 바치는 작품으로, 부제가 '아버지를 위해(for My Father)'다.
- 곡면 바탕에 그림을 그렸다.
- "내 머릿속은 항상 공간과 움직임에 대한 생각으로 차 있다(웃음). 곡면은 그 자체가 공간에 움직임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평면에 그렸을 때와 달리 곡면에 그린 선은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이 작업으로 '조각적인 회화'를 더 발전시켜볼 계획이다."
- 구리막대를 엮어 울타리처럼 만든 구조물(Copper Open Cube Sculptures)을 만들었다.
- "입방체의 철조망 같은 이것은 얇은 구리막대의 단위 직사각형 패턴이 반복된다. 이 구조물 자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게 중요한 개념이었다. 작품의 각 유닛은 단단히 고정된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형태지만, 그것이 모여 유기적인 형태가 되는 거다."
"30년 전 뉴욕의 장난감 가게에서 샀던 물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이 구조물이 안과 밖의 공간을 나누고 그 자체가 '사이(중간) 공간'이 된다. 사이 공간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어서 이쪽과 저쪽, 양쪽을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은 걸어가며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크게 달라 보이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며 "내 전시는 여러 관점을 경험하는 여정(passage)을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9.11 사건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 "평면 페인팅 작업으론 늘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을 가까운 데서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안정을 찾기 위해 내 그림을 칼로 오리기 시작했는데 2D(평면)이던 작품이 3D(입체)가 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내 작품이 결국 공간에 대한 얘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아티스트라니.
- "재료 선택에서부터 문제 해결방법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작업할 때 저는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해결책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한다(웃음). 전체 맥락을 보면서 디테일을 보는 것, 작품과 환경(공간)과의 관계 등에 집중하는 것 등도 관계있는 것 같다."
서 작가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학고재 갤러리를 설계한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츠 대표)씨와 부부다. 각자 영역은 다르지만, 둘 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선 똑 닮았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September 15, 2020 at 08: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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